명수(明洙)는 근일에 와서 일과가 하나가 더 생기었다. 그것은 자기 고향에서 올라온 C란 여자를 저녁마다 방문하는 것이었다.
방문하는 데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다만 C가 지금까지의 자기의 처지를 버리고, 다시 한번 새로운 생애에 들어가보겠다는 것을 동정하여 그를 가르치려 함이었다.
C는 자기 시골에서 비교적 이름이 있던 기생이었다. 그는 스스로 지금까지 하던 기생 노릇을 그만두고, 몇 달 전에 서울로 올라와서 S동 고요한 곳에 여관을 정하고, 낮으로는 준비 학교에 다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명수에게 일어, 산술(算術) 같은 것을 초보부터 배우게 되었었다.
명수가 이전 고향에 있을 때에 다른 젊은이와 작반하여 S를 찾아간 적이 물론 여러 번 있었다. 그 외에는 별로 깊은 교제는 없었다. 물론 명수도 C에 대하여는 특별히 알음이 없었다. 다만 그가 화류계에 몸을 던진 것을 항상 원통이 생각하고, 어떻게 하든지 사람다운 생활을 한번 해보겠다고 동경을 한다는 것은 고향 친구들에게 들은 일은 가끔 있었었다. 명수는 이런 말을 친구들에게 간접으로 들을 때마다 C에 대하여 어떠한 호기심을 아니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말을 간접으로만 들은 그만큼 친근한 교제는 하여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본문 중에서)
지은이 이익상(李益相).
1895년 ~ 1935년. 일제강점기 「어촌」·「젊은 교사」·「흙의 세례」 등을 저술한 소설가. 언론인. 출신지는 전라북도 전주이고, 호는 성해(星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