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는 점점 더 굵어져서 마침내 하얀색 커다란 암탉처럼 보였다. 갑자기 눈의 장막이 쓱 벌어지더니 그 커다란 썰매가 멈추고 마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털외투와 털모자는 눈으로 만든 것이었다. 마부는 여자였다. 키가 크고 몸매가 가냘프고 눈이 부시게 희었다. 바로 눈의 여왕이었다.
여왕이 말했다.
“우리 꽤 빨리 왔구나. 추위로 떨고 있는 거냐? 내 곰털 코트 속으로 기어 들어와라.”
여왕은 자기 옆 썰매에 카이를 앉혔다. 그러고는 카이의 몸을 감싸주었다. 카이는 눈 구덩이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춥니?”
여왕이 물었다. 그러고는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브르르르. 그 입맞춤은 얼음장보다 더 차가웠다. 카이는 심장 반이 이미 얼음덩어리였는데도 심장까지 추웠다. 한순간 숨이 넘어갈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곧 편안해지면서 더 이상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썰매! 내 썰매 잊지 마요!”
카이에게는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둘은 하얀 암탉 한 마리에 썰매를 묶었는데 이 암탉이 등에 썰매를 지고 내내 날아다녔다. 눈의 여왕은 다시 한번 카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카이는 사랑스러운 게르다, 할머니, 집에 있는 모두를 잊었다.
여왕이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입맞춤은 없다. 그랬다가 너는 죽을 테니까.”
카이는 여왕을 쳐다보았다. 여왕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예쁜 얼굴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더 이상 얼음으로 만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카이의 창밖에 앉아서 손짓했을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카이의 눈에 눈의 여왕은 완벽했다. 그리고 전혀 두렵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역자 | 김선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공부했다. 소설 『십자수』로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뮌헨국제청소년도서관(IYL)에서 펠로십(Fellowship)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 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김선희’s 언택트 번역교실>을 진행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토머스 모어가 상상한 꿈의 나라, 유토피아』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윔피 키드」 「드래곤 길들이기」 「위저드 오브원스」 「멀린」 시리즈,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팍스』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 『공부의 배신』 『난생처음 북클럽』 『베서니와 괴물의 묘약』 등 20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