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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부인의 가정 생활

내가 프랑스 파리에 있을 때 마침 고우(古友: 崔麟(최린)의 별호) 선생이와 계셔서 유력한 사람의 소개로 통변 한 사람을 데리고, 나와 삼인이 시외 기차를 타고 약소국민회 부회장 살레 씨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은 경성서 영등포 갈 만한 거리의 별장 많은 곳이라 씨의 댁도 살레 씨 장인이 돌아갈 때에 준 별장이라 합니다. 대문에서 줄을 잡아당기니 미리 약속한 터이라 살레 씨가 친히 나와 문을 엽니다. 문을 들어서니 좌우로 수목이 울창하고 잔디 위에는 갖은 꽃이 다 피어 있고 개소리 닭소리가 모두 납니다. 단아한 양옥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수수하고도 점잖은 부인이 마중을 나와서 책이 산같이 쌓이고 갖은 골동품, 각국 국기를 모아놓은 서재로 인도합니다. 양씨 사이에는 정담(政談)이 있은 후 살레 씨는 일본에 ..
내가 프랑스 파리에 있을 때 마침 고우(古友: 崔麟(최린)의 별호) 선생이와 계셔서 유력한 사람의 소개로 통변 한 사람을 데리고, 나와 삼인이 시외 기차를 타고 약소국민회 부회장 살레 씨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은 경성서 영등포 갈 만한 거리의 별장 많은 곳이라 씨의 댁도 살레 씨 장인이 돌아갈 때에 준 별장이라 합니다. 대문에서 줄을 잡아당기니 미리 약속한 터이라 살레 씨가 친히 나와 문을 엽니다. 문을 들어서니 좌우로 수목이 울창하고 잔디 위에는 갖은 꽃이 다 피어 있고 개소리 닭소리가 모두 납니다. 단아한 양옥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수수하고도 점잖은 부인이 마중을 나와서 책이 산같이 쌓이고 갖은 골동품, 각국 국기를 모아놓은 서재로 인도합니다. 양씨 사이에는 정담(政談)이 있은 후 살레 씨는 일본에 두 번 갔다 온 감상중 앵화(벚꽃)와 일본 여자와의 자태가 좋더란 말, 조선에 한 번 갔다 온감상 중 칼춤 추는 것을 볼 때 칼같이 무서운 물건을 춤으로 예술화한 것은 그만치 조선 민족이 선량하고 평화스러운 것을 알겠습디다 하는 말을 재미 있게 들었는데, 씨는 특히 조선에 호감이 있었고 동정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1919년 사변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나혜석(晶月 羅蕙錫 : 1896∼1948). 호는 정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며 여권운동의 선구자. 진보적 자의식을 가지고 봉건적이고 인습적인 관념의 억압성을 비판했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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